어청도에는 언제부터 사람이 살았나

기록은 남아있지 않지만 섬의 당집인 치동묘 전설에 의하면 백제 때부터 이미 사람이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어청도는 조선시대에는 주로 귀향지였다. 그래서 섬 주민들은 유배 온 선비들의 자손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있다.

어청도가 유배지를 넘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때는 조선 후기이다. 일본 어부들이 발달한 어구를 가지고 우리의 수산자원을 빼앗아 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1885년경에는 일본 잠수부들이 이 섬에 찾아와 고래, 전복, 해삼 등을 채취하기 시작했다는 기록이 있고, 1898년 인천에 정착한 일본인 어부 20가구가 어청도로 이주하여 터전을 잡았으며 1908년에는 40여호 170여 명의 일본인이 정착해 살았다고 한다.

예전에는 이러한 사실을 입증할 만한 다다미방이 있는 일본식 판잣집이 여러 채 있었지만, 지금은 일본식 가옥이 있던 자리에 식당, 민박 등의 건물이 들어서 있어 일본식 가옥들은 볼 수 없다. 하지만 이 섬에는 일제강점기와 관련된 흔적들이 아직 남아있다.

그 당시 일본인들은 어청도를 금비라섬(곤피라섬)이라고 하였다.

곤비라는 일본 어민들이 믿는 바다의 신으로 용을 나타내며 해상 정복의 신이다.

일본인들은 어청소만의 탁 트인 남쪽에 1912~1913년까지 방파제를 만들어 항구의 모습을 갖추어 놓았다. 그 당시 일본인들의 흔적은 어청도 마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어청도 초등학교 앞 성당 공소 인근 일본인들이 쌓은 석축과 천주교 공소 뒤쪽으로 사금 채취를 위해서 바위에 뚫은 굴도 여러 군데 남아있다.

어청도 근해에서는 고래도 많이 잡혔다. 일제강점기에는 어청도 포구에 고래잡이 일본 어선들이 수없이 드나들었고, 고래껍질로는 기름을 내서 화장품을 만드는 등 잡아 온 고래를 해체하여 일본으로 가져갔다고 한다. 고래를 해체했던 장소는 현재 명진식당 자리와 앞마당과 그 주변이었다고 한다.

해방 후에도 어청도는 고래잡이를 위한 포경선의 주요 기지였고 섬 주민들은 고래 고기를 먹고 살 정도로 풍족한 시절을 보냈다.
우리나라가 국제포경협회에 가입하기 전까지는 고래를 잡았었는데 1960~1970년대 전후가 어청도의 호황기였다.

현재는 다른 어족자원도 현저하게 줄어들고 수심이 깊어서 양식업도 하기 힘든 곳이다. 그럼에도 어청도의 특산품으로는 홍어, 월계, 해삼 등이 있다. 홍어 배가 어청도에 기지를 두고 있어 어청도 홍어라고 부르고 우리나라 홍어의 50~60% 정도의 양을 차지하며 보통 5월 말까지 홍어를 잡고 두 달 동안의 금어기가 지나면 다시 홍어잡이를 한다.

잡히는 홍어는 군산 어판장으로 보내지는데 그나마 11월이면 어족량의 부족으로 어업활동이 거의 끝난다.

사람들은 먹거리를 중심으로 모여든다. 그러나 현재 입학생이 없는 어청도초등학교의 운동장은 텅 비어있다.

교문으로 올라가는 계단 위에는 사랑나무라 불리는 연리지 향나무만 오랜 세월의 옷을 입고 덩그렇게 서 있다.

모든 섬은 은유를 품고 있다. 어청도는 특히 더 그렇다. 우리나라 지도와 같은 산, 중국과의 연계성, 서해의 끝섬, 어청도 등대 등 인문여행 장소로 적절한 공간이다. 다시금 푸른섬에 빛을 찾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넘쳐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