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바다 고군산군도 일대의 오밀조밀 모여 있는 섬들에 안개가 살포시 감싸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신비감이 절로 다가선다.

그리고 군산에서 북서쪽으로 72㎞ 떨어진 곳에 위치한 어청도의 섬 이름과 관련한 유래 등에서 느낄 수 있는 역사의 신비성 또한 안개 낀 고군산군도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흔히들 지나가는 말처럼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라고들 한다.

요즘 들어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군산도와 고군산 등 군산지역의 선사시대 때부터 왕성했던 해양문물 교류의 중심에 관한 역사들이 점차 뚜렷하게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이를 보다 더 확고하게 뒷받침할 매장문화재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 그 신비성이 선명한 역사로 자리하도록 의문점들을 떨쳐내야 한다.

또한 이처럼 역사의 실체를 찾아야 하는 까닭은 부유함과 끝없는 과학기술의 발달 수준만이 문명을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문명의 수준을 결정짓는 요소는 인간과 타인 또는 자연과 같은 주변과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는가의 방식에 달려 있다고 보는 역사학자들을 대할 때마다 실로 경건한 마음이 든다.

자주 대하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역사 가운데 춘추 오패(五覇)의 우두머리이자 전국칠웅 중의 하나였던 제(齊)나라의 역사는 825년간의 번영에도 불구하고 중국 역사상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진((秦))나라가 중국을 통일했기에 승자 중심의 역사관 속에서 제나라가 중국 역사의 과거부터 현재까지도 미친 영향들을 제대로 인정받기란 쉽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당시 기원전의 역사인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패망의 역사 일부분과 군산의 어청도가 연결되어 있다. 
어청도 포구 마을 중앙에 자리한 ‘치동묘’가, 비록 전설로 이어져 오며 역사의 실체 발굴을 기다리고 있지만, 고대 중국과의 연결고리로 그 위치성을 전한다.

어청도의 ‘치동묘’는 어청도에 사는 사람들이 제나라 왕을 지냈다는 전횡(田橫)이 죽은 후 백제시대 때 건립한 사당으로 알려져 있다.

제나라 사람인 왕담의 동생이었던 전횡은 기원전 202년 한나라 유방이 초나라 항우를 물리치자 의지할 곳 없어 2명의 형제, 500여명의 군사들과 함께 선박으로 제나라를 탈출했다.

이들이 서해를 떠돌며 항해한지 3개월 여 되던 어느 날 안개 낀 바다 위에 나타난 푸른 산 하나를 발견했고, 지금의 어청도에 안도의 한숨과 함께 상륙했다고 한다.

그 후 전횡은 수하들과 이곳에서 살게 됐고, 섬 이름을 푸른 섬이라는 듯으로 어청도(於靑島)라 지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