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 오늘(7월 29일), 프로야구 해태타이거즈는 광주무등구장에서 삼성라이온즈와 경기를 치렀다.

별 의미 없어 보이지만, 이 경기는 ‘해태타이거즈‘가 마지막으로 치른 경기였다.

IMF의 국가부도사태 당시 구단의 모기업이었던 해태는 구단 경영난을 겪게됐고 결국 2001년 8월 1일부터 기아타이거즈라는 이름으로 변신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해태타이거즈가 어떤 팀인가.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했을 때 부터 함께한 6개 구단 중 호남을 대표하며 한국시리즈에 9번 올라 전부 승리하며 그 어떤 팀보다 한국시리즈에서 많은 우승을 거뒀던 팀이었다.

1980~90년대 해태타이거즈를 상징하는 빨간생 상의와 검은색 하의 조합은 다른 팀 선수들과 팬에게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그러나 그렇게 강했던 해태 구단이 타구단에 비해 부유하거나 사정이 좋았던 것도 아니다.

프로야구 출범 당시 호남을 연고지에 둔 당대 대기업들에게 먼저 야구단 창단을 제의했으나 모두 꺼리는 바람에 비교적 작은 기업이었던 해태가 그 바통을 이어받기로 한 것이었다. 

그렇게 창단한 해태타이거즈의 선수단은 고작 15명 밖에 안 되는 선수단을 꾸렸고 이는 다른 5개 구단과 비교해서도 가장 적은 선수단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이후 중도에 국가대표 선수였던 김일권을 비롯한 선수들이 추가 합류하면서서 선수단의 규모를 채워갔다.

오늘날 MLB에서 이른바 이도류, 투타겸업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와 같이 투타 양쪽에서 활약하며 투수로는 10승, 타자로는 13홈런을 쳤던 김성한 전 군산상고 감독의 위업 역시 어떻게 보면 해태의 빈약한 선수단으로 인해서 나올 수 있었던 기록인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초창기 해태타이거즈를 이끌어간 핵심선수들은 ‘역전의 명수‘로 이름을 날렸던 군산상고 출신들이 많았었다.

프로야구 초창기 대표적인 대도(大盜)로 5번의 도루왕을 가져왔던 김일권과 원년 홈런왕 김봉연을 위시로 김성한, 김준환 같은 군산상고 출신 강타자들은 ‘좌(장)효조-우(김)종모‘라 불렸던 교타자 김종모와 함께 ‘KKK타선‘을 구축해 이름을 날렸다. 고교시절 최동원, 김시진과 트로이카를 이뤘던 김용남 투수 역시 프로무대에서는 그들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에이스 이상윤의뒤 이어 팀의 2선발 투수로 힘을 보탰다.

뿐만 아니라 포수 박전섭, 외야수 김우근, 김종윤, 내야수 차정득까지 총 9명의 선수가 군산상고 출신으로 해태 타이거즈의 원년 선수단에서 군산상고 출신의 선수들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었다.

이렇게 군산상고 출신의 선수들 다수가 해태타이거즈에 포진했기에 광주가 아닌 군산사람들에게도 해태타이거즈라는 구단의 의미는 남달랐다.

창단 이듬해인 1983년, ‘코끼리‘ 김응용 감독이 부임하고 시즌 도중 교통사고 이후 큰 부상으로 그 흉터를 가리기 위해 콧수염을 길렀던 김봉연이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8타점을 쌓는 맹활약을 하면서 해태타이거즈는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고, 김봉연은 한국시리즈 MVP에 등극하게 됐다.

이때 그가 길렀던 콧수염은 한동안 자신을 상징하는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했다.

이후 이순철, 선동열 같은 젊은 광주출신의 뛰어난 연고 선수들이 입단하고, 트레이드로 한대화가 팀에 들어와 팀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면서 프로야구 출범당시에도 적지 않은 연령이었던 김봉연, 김준환, 김일권 같은 베테랑들은 노쇠화했고 해태에서 군산상고 출신들의 입지가 다소 엷어졌다.

그러나 김성한은 여전히 해태를 대표하는 강타자였고, 최초의 20-20, 한 시즌 30홈런과 같은 금자탑을 쌓아올리면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후에는 ‘팔색조‘ 조계현을 제외하고는 해태에서 뛰는 군산상고 출신의 스타플레이어가 배출되지 않았지만, 이건열, 백인호(現 백인수), 최해식 같은 선수들은 큰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해도 해태왕조의 일원으로서 제 몫을 해줬었다.

1990년대에 전주를 연고로 한 구단 ‘쌍방울 레이더스‘가 창단되면서 ‘전북‘만의 야구팀이 생기고 군산상고출신의 선수들 또한 많이 활약했다.

하지만, 한국프로야구의 맹주였던 해태타이거즈에 비하면 성적 또한 시원찮았고, 대다수의 군산야구팬들은 이미 해태타이거즈의 골수팬이었기에 이들을 끌어들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군산상고는 지난해부터 교명을 군산상일고로 바꾸었고 구단의 연고권도 해태타이거즈의 후신인 기아타이거즈가 아닌 경남 창원에 연고를 둔 NC다이노스로 넘어간 실정이다.

물론 여전히 대다수 야구를 좋아하는 군산시민들 대부분은 전신인 해태타이거즈의 영향덕분에 여전히 기아타이거즈를 응원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둘 다 같은 광주에 연고 둔 구단이지만 군산상고 출신의 스타플레이어들이 활약했으며 자신들이 연고지였던 광주뿐만 아니라 ‘전남‘과 ‘전북‘까지 포함한 호남의 구단임을 표방하며 ‘호남‘패치를 당당히 유니폼 우측에 부착했던 해태타이거즈에 대한 애착과 추억만 못한 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