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만식 문학 복권 위한 단상(終)

 

강조하는 차원에서 다시 한 번 반복하고자 한다.

채만식은 일제 말기 신체제기를 제외한곤 시종일관 민족문학의 창작에 진력했던 작가이다.

그리고 채만식의 친일은 일신의 영달이나 출세, 부와 권력을 위한 것이 전혀 아니었다.

당연히 적극적⸳주도적으로 나선 것도 아니었다.

애오라지 개성 시절(1936-1940) 10여 명에 이르는 대가족의 생계 부양 책임자로서의 역할을 갈무리하기 위한 고육지책에다 그가 액년(厄年)으로 규정하고 있는 1939년의 개성 독서회 사건이 중층결정한 ‘소극적 보신주의’ 차원의 동기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해방 이후 자신의 역사적 과오에 대해 고해성사 차원의 참회와 반성의 기록을 남기고도 있다.   

채만식과 같이 일제의 천황제 파시즘과 군국주의의 폭력적인 광기가 발호⸳광분하던 신체제기(1940-45)에 소극적인 보신주의 차원에서 추동된 친일 문인들은 일제의 불법적인 강제 병합과 이어지는 폭력적인 식민 지배가 없었더라면, 그리고 당시 고종을 정점으로 하는 대한제국의 국가 권력 엘리트들이 강제 병합을 저지했더라면 활발한 창작 활동을 통해 한국의 근대 문단 지형을 다채롭고도 풍성하게 만들었을 존재들이었다.

특히, ｢맹순사｣, ｢미스터 방｣, ｢도야지｣ 등 해방공간(1945-48)의 시기에 발표한 단편들이 압축적으로 웅변하는 바와 같이, 속악한 현실세계에 대한 신랄한 냉소와 야유에 기반한 통렬한 풍자를 담론 표지로 하는 채만식의 경우는 더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외지의 관광객들에게 한 도시가 어떤 역사⸳문화 관광 자원으로 기억되는가 하는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채만식이 지니는 매력과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채만식은 일제 강점기 한국의 근대 문학사에서 돌올한 문학적 성취를 통해 독자적인 봉우리를 점유하고 있는 1급 메이저 작가이기 때문이다.

대중적인 지명도 또한 매우 높은 작가이다. 그리고 그의 고향인 임피와 군산에는 지금도 󰡔탁류󰡕의 배경을 비롯한 적지 않은 문학 유산들이 남아 있다.

이 유산들은 역사⸳문화⸳관광 콘텐츠로서도 적지 않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에서는 친일의 프레임에 갇혀 채만식을 기억하고자 하는 작업에 소홀하다.

그 유산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작업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구체적으로 ‘군산시 채만식 문학상’은 중단된 지 오래이다.

집필가옥 등을 비롯한 채만식의 소중한 문학 유산은 계속 홀대받고 있다.

집필 가옥 등을 비롯해 군산과 임피 곳곳에 원형 그대로 또는 흔적의 형태로 남아 있는 채만식 문학의 배경들은 한국 근대문학의 소중한 유산들이다.

지금처럼 소홀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은 한국문학으로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채만식에 대한 기억, 그리고 그의 문학 유산의 보존과 관리를 이런 상태로 지속하는 것은 일제 강점기 식민지 조선의 문학 지형에서 빼어난 문학적 성취를 남긴 이 고장 출신의 메이저 작가에게 대한 도리나 예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채만식 문학의 복권 작업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결 과제는 친일 인명 사전에서 채만식의 이름을 빼 내는 작업이다.

당연히,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채만식의 경우는 전혀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럴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실천과 실행 의지, 그리고 추진력이다.

관련 절차를 밟아서 이 작업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복권 이후 군산으로 들어오는 초입에 ‘이곳은 '탁류'의 고장 군산입니다’라는 입간판이 들어서는 날이 오기를, 세상 물정 모르는 책상물림이나 백면서생의 한갓진 소망으로만 끝나지 않기를 희망해본다.

이를 위해 다시 한 번 촉구하는 바이다.

군산시의 적극적인 관심과 군산문인협회의 분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