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영화 가운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작품이 있다.

본 지가 너무 오래 되어서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에 대한 기억조차 아령칙하여 가뭇없지만, 그 제목은 아주 매력적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그 제목은 우리네 인생의 이면과 속살에 대한 묵직한 통찰이나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일에 대해 정확하게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나의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너무나도 함부로들 말들, 특히 뒷담화를 많이 하고들 한다.

물론 잘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들 함부로 말하는 것이리라. 잘 알게 되면 그렇게 쉽게 함부로 말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함부로 말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채만식의 친일에 대한 해석이나 평가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채만식을 친일작가라고 일방적으로 매도하거나 폄하하는 말들을 들어보면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지식이나 전언에 기초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채만식은 2009년 『친일인명사전』(민족문제연구소)에 친일문인으로 등재된 이른바 ‘친일문인’이다. 채만식의 친일 행위는 일제 말기 암흑기로 일컬어지는 신체제기(1940-45)에 이루어진다. 그 시기는 전쟁 수행을 위해 천황제 파시즘의 광기와 군국주의의 폭력이 발악을 하면서 그 정점을 향해 치닫던 때였다.

구체적으로 그 시기는 ‘내선일체의 황민화 정책’과 ‘대동아공영권의 전쟁동원론’의 폭력이 일상의 공기처럼 떠돌면서 식민지 조선의 숨통을 조이던 때였다.

그러한 분위기는 식민지 조선에만 국한되지는 않았다.

일본 본토에서도 일반 가정 주부들이 주요 독자층을 형성했던 “여성 잡지 『주부지우』에 “미국인을 쳐죽여라”라는 슬로건을 비롯하여 이와 유사한 슬로건을 모든 홀수 페이지 상단에 인쇄”(하야카와 타다노리, 송태욱 옮김. 『신국 일본의 어처구니 없는 결전생활』, 서커스, 2019, 3면)할 정도로 천황제 파시즘의 광기와 군국주의의 폭력이 광분하던 때였다.

그 시기에 채만식이 발표한 일련의 시사 칼럼들, 구체적으로 「문학과 전체주의」(『삼천리』, 1941.1), 「대륙경륜의 장도, 그 세계사적 의의」(『매일신보』, 1940.11.22.,23), 「자유주의를 청소」(『삼천리』, 1941.1), 「추모되는 지인태 대위의 자폭」('춘추', 1943.1), 「홍대하옵신 성은」(『매일신보』, 1943.8.3) 등과 같은 글들을 보면 아무리 시사 칼럼이라는 글의 성격을 고려하더라도 대일 협력(친일)의 방향성은 너무나도 분명하여 이론이나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채만식이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친일문인’으로 그 이름이 등재된 데는 이러한 글들이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했을 것이다.

하지만 채만식의 친일 문제는 채만식 문학의 전체 지형이나 문학관(文學觀), 친일의 동기나 배경, 그리고 사후 참회와 반성의 여부 등 여러 가지 변수나 정황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따라서 단정적으로 재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문의 탓인지 모르겠지만, 일제 강점기 식민지 조선의 근대문학 연구자들 가운데 채만식을 친일문인이라고 매도하고 비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 그러한가? 앞서 말한바 일제 말기 신체제기(1940-1945)에 발표한 글들을 제외한 채만식 문학의 본질은 한마디로 비판적 리얼리즘에 기초한 ‘민족문학’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채만식은 1924년 「세 길로」를 통해 등단한 이후 유명을 달리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신체제기를 제외하면 시종일관 식민지 조선의 구체적인 현실의 탐색 및 천착과 민족적인 전망의 모색을 화두로 하는 민족문학의 창작에 전념했다. (채만식의 전체 문학 지형의 변모 과정에 대해서는 공종구. 『채만식의 민족문학』. 역락, 2024, 54-65면 참조)

하지만 안타깝게도 『친일인명사전』에 친일문인으로 등재된 이후 그게 낙인이 되어 지역사회에서 채만식은 친일문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채만식은 친일의 프레임에 갇혀 그의 문학적 성취를 기억하거나 문학 유산을 보존·관리하는 작업은 침체와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군산시채만식문학상’은 2018년 이후 중단된 상태이고, 한국근대문학의 소중한 유산인 채만식의 생가터나 집필 가옥은 각각 2010년과 2017년에 군산시에서 매입한 이후 복원을 하지 않은 상태로 관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