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장편소설 가운데 한국인들에게 가장 지명도가 높은 텍스트는 어떤 작품일까?

아마도 이광수의 󰡔무정󰡕(1917)과 함께 채만식의 '탁류'(1937-38)가 선두 자리를 놓고서 치열한 경합과 각축을 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불어 문학 기행이나 답사 대상 작가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작가는 누구일까? 그 또한 채만식은 아주 높은 순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판단이나 짐작은 실제 설문조사의 결과를 통해서 얻어낸 것은 아니지만 억측이나 과장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하다.

이와 같이 외지에서 대중적인 지명도와 선호도에서 아주 높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는 달리 채만식은 정작 그의 고향인 군산에서는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1930년대 군산을 시⸳공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 '탁류'에 등장하는 장소나 공간들은 역사⸳문화 관광 자원으로서 충분한 가치와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활용되지를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안타까움을 넘어 착잡한 심정! 가눌 길이 없다. 

구체적인 전후 사정은 잘 알지 못하지만, 군산시에서도 한때 채만식이라는 콘텐츠가 가지는 역사⸳문화 관광 자원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여 인프라 구축에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한 점은 ‘백릉로’와 같은 도로 명칭이라든지 '탁류'의 배경인 군산의 원도심을 따라 일제 강점기 역사의 흔적을 체험하기 위한 목적에서 조성한 ‘탁류길’ 같은 트레킹 코스가 있는 것으로도 증명이 되고 있는 바이다.    

채만식은 '조선일보'에 '탁류'를 연재(1937.10.12.-1938.5.17.)하기 전, 1930년대 후반 당시 군산의 지형을 충실하게 재현하기 위해 치밀한 현장 답사와 실사를 수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탁류'에 묘사된 공간이나 장소들을 보면 ‘군산의 소설적 지형도’라는 규정이 조금도 과장이 아님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탁류』의 전반부 무대가 되었던 군산에는 현재까지도 해망굴이나 은적사, 째보선창, 조선은행 건물, 제일초등학교 등과 같이 아직도 시내 곳곳에 작품의 배경으로 기능하던 당시의 공간이나 장소들이 원형 그대로 현존하고 있고, 미두장, 동녕고개, 군산경찰서, 콩나물 고개, 도립병원, 공설운동장, 공회당, 이즈모야, 공설시장 등과 같이 그 원형은 해체⸳변형되거나 용도는 변경되었으나 그 흔적이나 현장은 확인할 수 있는 장소나 공간들 또한 적지 않다.

게다가 정주사 가족의 주거 공간이던 둔뱀이의 집터나 그 인근의 한참봉 싸전, 미두장 터, 제중당 약국, 금호 병원 등과 같은 장소나 공간들은 표지석을 통해서 그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공종구, ｢채만식의 '탁류'에 나타난 군산의 지정학｣, '채만식의 민족문학', 역락, 2024, 136면)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표지석들은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채만식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눈길 한 번 주는 것조차도 유혹하기 버거운 상태이다.

시급한 정비 및 그 이후 체계적인 관리와 홍보가 필요해 보인다.

더불어 해망굴이나 공회당, 도립병원 등 작품 내 비중에 비추어 볼 때 표지석 설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아예 없는 장소나 공간들에 대해서는 새롭게 표지석을 설치하는 작업 또한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