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현 (사)아리울역사문화

월명산 자락에는 은적사, 흥천사, 동국사, 관음사 등 크고 작은 절 등이 많다.

원래 절은 사람이 먹고살기가 풍요로운 곳에 생기는 법이다. 사람이 모여 살면서 고달파지는 마음을 치유 받기 위해 종교가 필요하고 그 필요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사찰의 운영 부분에서도 부족함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백제 무왕 14년인 613년에 원광법사가 창건했다는 설이 전해오는 은적사는 고지도에 은적암으로 표기되어 있으며 660년 소정방의 천방사 설화하고도 연관이 있다.

지금은 경내가 확장되어서 아늑함은 없어졌지만, 상상력을 확장시키며 긴 역사를 담고 있는 의미있는 장소이다.
 
동국사는 먹거리를 위해 밀려오던 일본인들 마음의 안식을 위해서 일제가 세운 절이다. 한일병합 1년 전, 1909년 6월 일본 조동종 승려 우찌다 스님이 일조통에서 금강선사란 이름으로 포교소를 개창하고 1913년 지금 동국사가 있는 위치로 옮겨와 대웅전과 요사채를 신축했다.

건물의 모든 재료는 일본에서 공수해 왔으며 범종 또한 일본 교토에서 주조하였고 창건주 및 시주자, 축원문이 음각되어 있다. 동국사는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유일한 일본식 절이다.

1945년 해방을 맞아 정부로 이관되었다가 1955년 (재)불교전북교당에서 인수하고 당시 전북종무원장 김남곡 스님(1913~1983)이 동국사로 개명하였으며 1970년 대한불교조계종 24교구 선운사에 증여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동국사는 한국 개화기와 근대사의 역사를 증명하는 건축물로써 식민지배의 아픔을 확인할 수 있는 교육 자료로 활용 가치가 높다.

흥천사는 해망굴 옆 월명공원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시작하는 자리에 문을 활짝 열고 신도들을 맞이한다. 1899년 개항을 전후하여 군산에서 살기 시작한 일본인들은 정신적인 안식처 차원으로 불교를 지닌 채 들어왔다.

지금의 이름과는 다르게 출발은 1904년 ‘안국사(安國寺)’였다. 그러니까 동국사보다 먼저 만들어진 절이다.

일본의 일련종에서 세운 사찰로 ‘안국사(安國寺)’란 나라를 편안하게 한다는 의미인데 결국 일본인들은 1945년에 편안한 마음이 아닌 채로 자국으로 떠나게 되었다.

해방 후 군산시청이 주인이 돼서 군국장병 및 전몰군경의 위패를 모신 ‘충의사(忠義祠)’로 활용됐다. 회주 지환 스님이 군산시청으로부터 충의사를 인수하여 1958년에야 ‘흥천사(興天寺)’라는 이름으로 사찰로서 역할을 회복했다. 생각해 보면 흥천사는 우리네 근현대사 속에서 희로애락을 같이 해 온 역사적인 공간인 샘이다.

관음사는 현 주지이신 재곤 스님께서 동국사 주지로 계실 때 도심에 포교당이 있어야겠다는 간절한 필요성에 의해 땅을 175평 매입하고 현재 관음사를 창건했다. 1979년 요사 30평을 건립하고, 1984년 6월 부처님의 진신사리 9과를 사리탑에 봉안했다.

1995년에 2차 중창불사에 착공하여 1996년에 낙성식을 거행하며 현재 모습을 갖추었다. 사방이 교회로 둘러싸여 있어도 꿋꿋하게 그 기상을 펼치고 서 있는 관음사는 진정 세상에서 고통에 시달리는 중생의 소리를 잘 보듬어 치유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월명공원을 산책하면서 사색하는 데 도움을 받은 인물과 역사적 사건에 관련된 상징물들에 대한 단상을 연재한 것이 벌써 8개월을 지나고 있다.

그동안 부족한 글을 읽어주심에 감사를 드린다. 다음부터는 고군산 해상공원에 대한 주제로 만나 뵙길 약속드리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