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현면 ‘고사리’ 이야기

군산은 삼한시대에 3개의 소국이었다.

마서량국, 부부리국, 시산국이다. 삼국시대에는 현으로 바뀌면서 마서량현, 부부리현, 시산현이 되었다.

남북국시대 통일신라 경덕왕 때 전국의 지명을 두 글자로 통일하면서 마서량은 옥구, 시산은 임피, 부부리는 회미가 되었다.

회미는 땅끝 마을이라는 뜻이다. 만경강과 맞닿아 있고 곧바로 서해바다로 이어지는 땅끝 마을을 꼬리 미자를 써서 회미라 했다.

고려시대에 이르러 회미현은 꼬리미자를 떼어내고 회현이라 불렀다. 회현에는 8개의 동리가 있다. 대정리, 세장리, 금광리, 금석리, 고사리, 원우리, 증석리, 월연리다.

그 중에 고사리의 지명에 얽힌 이야기다.

3년 전 회현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마을학을 가르치기 위해서 회현면 여기저기를 차로 또는 걸어서 답사를 다녔던 적이 있었다. 양지바른 곳에 유난히 묘가 많은 곳이 있었다.

고사리 척동마을이다.

좋은 땅의 척도가 된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명당이란다. 명당은 산사람에게 더 좋은 곳이다.

그러나 내리사랑의 본능으로 후손들이 잘되기를 바라서인지 사람 사는 집 보다 묘가 더 많다. 수업시간에 우리 동네 이름이 “산에 고사리가 많아서 고사리일까?” 라고 아이들에게 물으면 한결같이 “네”라고 대답을 한다.

군산은 금강하구에 있다.

금강줄기에는 백제의 제2,3 수도가 있었다. 그래서 군산은 평화 시에는 바다를 통해 들어오는 문물교류의 나들목 역할을 했으며 전쟁 시에는 요충지가 되었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는 장군과 군인들만 싸우는 것이 아니다. 적이 내 가족을 해치려 한다면 누구든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

660년 백제는 나당연합군과 맞서게 되었다.

백제의 관리들은 당나라부터 공격하자, 신라부터 공격하자는 의견으로 맞서고, 평야에서 싸우자는 의견과 강어귀에서 싸우자는 의견이 엇갈리면서 내분이 일어났다.

그 와중에 당나라 군사는 산둥반도를 출발해 금강하구에 도착했다. 김유신도 5만 군사를 이끌고 황산벌에 도착했다. 계백은 5000명의 결사대를 만들어 황산벌에서 목숨 건 싸움을 한다.

사비로 가는 길을 알리지 않기 위해 목숨까지 바쳤던 오성인들처럼 금강하구에 살고 있는 군산사람들도 당나라군을 막기 위해 목숨 건 싸움을 했으리라.

더디어지는 진군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 소정방은 꾀를 내었다. 만경강을 타고 올라가 육지를 가로질러 사비로 가기 위해 일부의 군사들을 만경강 쪽으로 이동시켰다. 그 때 땅끝마을 사람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많은 희생자가 생겼다.

전쟁이 끝난 후 마을에서는 희생자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절을 지었다. 세월이 흘러 그 절은 사라졌지만 고사리(古寺里)라는 이름으로 역사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