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물점이 침수돼 상당수의 철물을 팔 수 없게 됐다. 한 번도 아니고 매년 집중호우 때마다 이러니 이제 비만 오면 불안하다. 침수피해를 본 지역 상인 모두가 같은 심정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도심 저지대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주민은 이번 집중호우에도 물난리를 당했다며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물에 잠긴 철물들을 정리했다.

“지하 주차장에 세워 둔 차량이 새벽에 내린 폭우로 침수됐고 결국 보험사와 협의 끝에 폐차를 결정했다. 차를 산 지 1년여 좀 지났다. 처음엔 황당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비 피해 없는 동네로 이사할 고민을 하고 있다.”

40대의 한 시민은 집중호우로 아끼며 타고 다니던 자가용을 폐차하는 과정을 알아보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전국에는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엄청난 집중호우가 내렸고 9일 밤 발효된 호우경보 속 10일 새벽 1시 42분부터 1시간 동안 군산 어청도에는 기상청 관측 이래 최고치인 시간당 146㎜의 극한 폭우가 내렸다. 당시 내흥동에도 시간당 131㎜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이날 극한 폭우는 순식간 어청도의 15채 주택과 도로 4곳을 침수시켰고 2곳의 도로를 파손하는 피해를 냈다. 인근 연도에도 주택 침수 8채, 농경지침수 2곳, 도로침수 13곳, 토사유출 2곳, 도로파손 2곳 등 적지 않은 피해를 줬다.

지난 8일부터 10일 오전까지 내린 군산의 각 읍면동 누적강수량은 나포면 400㎜를 비롯해 해신동 338㎜, 조촌동 330㎜, 임피면 328㎜, 어청도 313.5㎜, 흥남동 312㎜ 등을 기록했고 군산지역 평균 누적강수량은 342.7㎜로 역시 전국 최고치였다.

이처럼 지난 8일부터 10일 사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비가 왔음에도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산사태와 주택・상가·도로 침수, 도로 파손 등 막대한 피해를 냈다.

이번 집중호우 이후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에 입력된 군산지역 피해 현황은 지난 17일 오후 6시 기준 사유 시설 3395건, 공공시설 33건 등 3428건에 달했다.

피해 금액으로는 사유시설 61억 300만원, 공공시설 48억 500만원 등 총 109억 800만원이어서 특별재난지역 선포 기준을 넘은 상태다.

NDMS 입력 마감일은 지난 20일까지이고 이번 주 나올 것으로 보이는 잠정 집계 결과가 주목된다.

이러한 피해 상황에도 불구하고 군산시는 정부의 지난 15일 특별재난지역 우선 선포 당시 기준미달로 특별재난지역에 포함되지 않아 아쉬움이 컸다.

정부는 앞으로 피해집계 마감 결과를 토대로 현지 조사 후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추가 선포할 방침이어서 군산시도 특별재난지역에 선정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군산시는 2022년 8월 11일 시간당 100㎜ 등 누적 270㎜의 폭우에 이어 1년 전인 지난해 7월 13일부터 9일까지 6일 동안에 누적강수량 572㎜의 집중호우가 쏟아져 60년 만의 많은 비가 내려 연속 피해를 냈다.

게다가 올해에도 역대급 극한 폭우가 내려 엄청난 피해를 냄으로써 특별재난지역의 선포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또 소상공인의 피해 신고도 지난 17일 오후 5시 기준 1301건이나 접수됐고 주택피해 428건, 농・축산 분야의 식량작물과 농경지 294.5ha와 토종닭 1만 7794수·꿀벌 493군·지렁이 6톤 폐사 등이 수해를 당했다.

이처럼 지난 사흘(8~10일)간 수마가 할퀴고 간 지리에는 막막한 상황에 놓인 소상공인과 농업인들의 시름만 남아 폭우 피해를 속히 복구하기 위한 특별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그럼에도 군산시가 지난 15일 특별재난지역 우선 선정에 포함되지 않음에 따라 특별재난지역 선정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촉구의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두 해 연속 집중호우 피해지역의 경우 특별재난지역 선정 기준인 피해 금액을 다소 낮춰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아울러 상습 침수로 매년 물난리를 겪으며 지자체로서는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우수저류조 등과 같은 재해 예방시설을 추가로 갖춰야 하는 지역은 피해 발생 시 반드시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 우선적으로 특별재난지역에 포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한편, 군산시 관계자는 “이번 집중호우와 관련해 NDMS에 접수된 피해 건들에 대한 현장 확인과 지원 대상 여부를 확인한 후 지원 대상으로 확정하면 재난지원금으로 300만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