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날을 맞아 지난 22일 세계 최장 길이의 방조제로 조성된 새만금호의 심각한 오염 상태를 공개하며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새만금호의 바닥 층이 악취를 풍기며 시커멓게 썩고 있어 정부의 담수호 조성과 수질 목표 달성은 불가능해 보인다”며 지난 21일 선상조사를 통해 채취한 퇴적물을 공개하고 청와대와 환경부, 새만금지방환경청 등에 전달할 것임을 밝혔다. 

선상조사를 벌인 4월 21일은 13년 전 새만금방조제가 모두 이어져 바닷물이 막힌 지 정확히 13년이 된 날이었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일반 건강한 갯벌과 비교해 새만금호 퇴적물은 악취를 풍기고 먹물처럼 까만색으로 썩어가 그 차이가 극명하다고 주장했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2003년부터 17년째 전국 각지에서 모여 새만금의 정기적인 생태변화를 조사 중인 시민모임으로, 지난 21일 선상조사를 통해 만경강 주변 등 4곳에서 깊이별 물의 염분과 용존산소 농도를 조사하고 채니기로 바닥 뻘을 퍼 올렸다.

또 퇴적물을 채취한 위치의 좌표는 ‘북위 35도 48점 48분, 동경 126도 35점 01분’, ‘북위 35도 50점 41분, 동경 126도 32점 99분’ 등 4곳이라고 밝혔다.

조사 당시 마침 수문이 개방돼 다량의 해수가 들어와 있는 상태였으며 수문과 가까운 방조제 쪽은 물 교환이 많아 깊이 5미터 바닥층의 용존산소가 4.89mg/l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문과 떨어진 하제와 신시도 갑문 사이 지점의 경우 표층의 용존산소(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 농도는 10.53mg/l로 양호했지만 9m 아래 바닥층은 2.35mg/l로 산소 농도가 희박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선상조사에 참여한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장은 “평소 같으면 숭어나 전어가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단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며 “수문과 먼 곳일수록 간장 빛의 물이 선명한 것으로 보아 수질상태가 몹시 나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방조제로 막힌 지 13년, 새만금호 대다수 지역에서는 담수(민물)와 해수(바닷물)가 위아래로 나뉘는 이른바 ‘성층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수심 4m 아래부터는 용존산소량이 매우 희박해 미생물도 살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가 수질 개선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을 계획이지만 썩어가는 새만금호가 목표 수질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밝혔다.

군산대 환경공학과 김종구 교수는 “그동안의 수질조사와 연구용역을 살펴본 결과 새만금호 수질악화의 원인을 상류 오염원의 영향으로만 평가하고 있으며, 주요 오염물질로 유기물질과 영양염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수질악화 원인인 내부의 순환구조나 성층시스템의 원인에 대한 평가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수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인 용존산소에 대한 언급도 거의 하고 있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전북녹색연합 등 23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2020 새만금해수유통 전북행동’은 22일 오전 11시 전북도청 앞에서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이들으 출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가 계획했던 최종 담수화 목표 시기인 2020년이 불과 8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만경강은 최악의 6급수, 동진강은 4급수로 목표수질을 달성하지 못했고 새만금호 상류도 최악의 6급수 수준”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애초 새만금 전체를 농지로 조성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새만금호 전체를 담수화하고자 했지만 지금은 도시용지 70%, 농업용지 30%로 조성계획이 변경되어 담수호 조성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며 “전북도와 정부는 전북도민과 함께 새만금사업의 전환을 위한 공론의 장을 열자”고 제안해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