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석의 구체적인 모델은 다른 지자체의 유사 사례 및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참에 기존의 ‘탁류길’ 또한 표지석을 설치하는 공간이나 장소와 연동하는 방향으로의 조정을 통해 밀도와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정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러한 작업 이후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표지석이 설치된 공간이나 장소들, 특히 주말이면 외지의 관광객들로 잡답을 이루는 원도심에 위치한 조선은행, 미두장, 해망굴, 공회당, 도립병원 등은 충분히 임팩트 있는 ‘포토 존’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정주사 집터로 가는 길목의 콩나물 고개 초입에 걸려 있는 ‘군산미곡취인소’를 비롯한 6개의 대형 사진 판넬들은 그 사진들의 모델이 있거나 있었던 자리로 옮기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아니 사람 그 이상으로 한 도시에도 ‘품’과 ‘격’이라는 게 있다. 도시의 품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역사⸳문화 관광자원은 한 도시의 품격을 형성하는 데에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외지의 관광객들에게 한 도시가 어떤 역사⸳문화 관광 자원으로 기억되는가 하는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2011년 근대역사박물관의 개관 이후 군산에는 외지의 관광객들이 적지 않게 찾아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성당을 필두로 한 다양한 맛집들, 영화동 거리와 경암동 철길 마을의 포토 존, 그리고 동국사나 세관 건물 및 신흥동 일본인 가옥 등과 같은 일제 강점기의 건축물들은 외지의 관광객들에게 임팩트 있는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역사⸳문화 관광 자원의 다양성이나 문화적 위상의 측면에서 아쉬운 점을 느낄 때가 적지 않다. 특히 작가나 예술가들 또는 역사적 인물들을 활용한 콘텐츠가 거의 없는 점에 대한 아쉬움은 더욱 크다.

작가나 예술가들 또는 역사적 인물들의 경우는 맛집이나 포토존 또는 건축물들과는 다른 차원에서 한 도시의 문화적 위상 정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역사⸳문화 관광 자원의 차원에서 채만식이 지니는 매력과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채만식은 일제 강점기 한국 근대 문학사에서 ‘메이저 작가’로서의 문학사적 위상을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대표작인 '탁류'의 공간적인 배경으로 기능하는 장소들이 현재에도 군산에 거의 그대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는 이렇게도 매력적인 역사⸳문화 관광 유산인 채만식이라는 작가를 적극 활용하지 못한 채 친일의 프레임에 갇혀 거의 사장하다시피 하고 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본 지의 기고를 통해 거듭 강조해 온 바와 같이, 채만식은 일제 강점기 한국의 근대문학사에서 돌올한 봉우리를 점할 정도로 개성적인 성취를 보여준 1급 정전(canon) 작가이다.

또한 그의 작가(문학)적 정체성의 본질과 핵심은 식민지 조선의 구체적인 현실에 대한 탐색과 천착을 화두로 하는 민족문학이다.

더불어 그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기억을 가로막고 있는 친일의 문제 또한 충분히 변호할 만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지역사회에서 그를 기억하는 작업이나 노력들은 정체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