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8월 군산의 원도심이자 당시 번화가 평화동에서 일반외과를 개업해 50년 동안 환자를 돌봐 온 군산 동남의원 박동원 원장(85)이 지난해 12월 31일 스스로 퇴임했다.

한 해를 보내는 맨 끝날 중앙로 동남빌딩 3층에 자리한 동남의원에서는 지난 반세기 동안 이어 온 박 원장의 의술을 마감하는 현장에 (사)아리울포럼 문철상 회장과 회원들이 꽃다발 등을 들고 찾아와 간소한 퇴임 축하 행사를 펼쳤다.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지경이라 50년의 의술을 펼쳐 온 군산 의료계의 거목 박동원 원장의 퇴임을 축하하는 화려한 퇴임식을 갖질 못한 아쉬움이 가득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그래도 박 원장은 연신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로 찾아온 이들을 맞이하며 “시원섭섭하고 앞으로 평범한 시간을 보내게 될 날들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다른 직업과 달리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업이고 굳은 신념과 성실성, 믿음과 긍지 없이는 의사의 생활을 하기 힘들기에 개업 초부터 ‘나의 가능한 모든 자력과 방법으로 가능한 동안까지 모든 사람에게 최선의 인술을 다 할 것이다’는 슬로건을 진료실에 걸어 놓고 지금까지 그 실천에 노력해 왔다”고 퇴임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동안 저를 믿어 찾아주시고 격려해 주신 모든 환자분께 감사드린다”며 “부족한 제가 서운하게 한 점이 있다면 저의 본심이 아니기에 너그러이 용서하시고 환자들에게 친절하게 봉사해 온 직원들과 서로 부족함을 일깨우며 격려와 인내로 오랜 세월 동안 가족처럼 지내온 세월이 고맙고 행복했다”고 술회했다.

평화동 동남의원 하면 많은 이들이 다른 분야는 물론 조각상 같은 꽃미남 의사의 ‘치질 치료는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정도로 유명세가 으뜸이었다.

하지만 20년 전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개인 클리닉에서 전공인 외과수술을 그만두게 된 이후 어떻게 하면 환자를 보는 데 도움이 될 지식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하다 최신의 지식을 알기 위해 전문학회와 각 대학에 습관처럼 분주하게 찾아다니던 열정의 날들이 떠오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 원장은 “역시 의사는 평생 외길로 공부하며 환자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 정도이며 성실하고 겸허하게 그리고 긴장된 생활이 의사의 생활인 것도 알았다”라고 고백했다.

지나고 보니 뚜렷한 업적도 없다는 겸손을 내비친 박 원장은 “작은 공간의 세상에서 맴돌다 보니 세월만 전광석화처럼 가고 남가일몽(南柯一夢) 같은 느낌만 든다”라고 덧붙였다.

또 “그러고 보니 나 역시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라며 “나이를 잊어버리고 건강하게 지내오다 이제는 한계와 노쇠현상을 느끼고 순리를 따라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된 의사 생활을 떠나 나 자신을 돌보고 다스리는 데 노력하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라는 박 원장은 “찾아주신 분들에게 더 좋은 상담과 고통을 돌보아드리지 못하는 것이 아쉽고 마음 아프다”라고 말했다.

“오랜 세월 관심과 믿음으로 동남의원을 찾아주신 가족 같은 환자분들에게 죄송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라는 박 원장은 “그간 가까이에서 의사의 정도를 가는 데 일깨워 주시고 격려해 주신 선‧후배, 동문, 친지 등이 정말 감사하다. 운명이고 작은 봉사지만 의사로서 베풀 기회를 주신 하늘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퇴임 인사를 마쳤다.

박동원 원장은 이제 남은 인생을 평범하게 살아가겠지만 그러나 봉사의 신념은 지속할 것이라며 “나이 들면 모든 일상이 봉사이다, 일단은 조금 쉬고 의술 현장은 떠나지만 앞으로 문철상 회장을 비롯한 아리울포럼 회원들과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등 생활 계획을 세워 실천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박동원 원장이 걸어 온 의술 인생 50년은 그대로가 군산의 현대 의료계에 남겨진 살아있는 역사이자 앞으로 새롭게 열어가야 할 이정표로 인식되고 있다.   /김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