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 성산면 일대 토지 소유주와 묘주 간 갈등이 야기되는 가운데 최근 장례방식이 급속도로 바뀌면서 분묘기지권이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나운동에 사는 김모(69)씨는 하루하루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김씨는 약 30년 전 선친으로부터 상속받은 본인 소유의 땅 약 900평을 팔기로 했는데 계약 과정에서 묘지 8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부터이다.

땅을 매입하기로 한 사람은 묘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땅을 사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하루가 급한 김씨는 묘주(墓主)들과 여러 차례 협상을 시도했으나 이들은 무덤을 이전하는 데 이장비용과 기타 여러 가지 배상액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땅이 팔릴 줄 알고 주변 공사도 했지만 이런저런 돌발상황이 발생해 너무 답답해서 미칠 것 같다”고 하소연을 했다.

이어 “분묘기지권은 일제강점기부터 법원 판례로 인정돼 온 관습법이라는 건 알고 있다. 버젓이 내 땅에 승낙 없이 묘를 설치했더라도 20년간 평온하고 공연하게 묘를 관리·점유했다면 분묘기지권을 취득한다”라는 법은 시대에 역행하고 있는 악법“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분묘기지권’을 둘러싼 땅 주인과 묘주 간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 이를 해결할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분묘기지권은 타인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했더라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해당 묘 주인에게 해당 묘지와 주변 일정 면적의 땅에 대해 사용권을 인정해주는 것을 말한다.

단,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 제정으로 분묘기지권이 폐지된 2001년 1월13일 이전에 설치된 묘지에 한해서만 적용된다.

예를 들면 2001년 이후 설치된 묘지라면 20년 이상 유지됐다 해도 묘지 주인의 허락없이 땅 주인이 처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2001년 이전에 설치된 묘지 중 아직 20년이 되지 않은 것도 땅 주인이 처분할 수 있다.

묘지 등록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도 토지 소유주와 묘주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땅을 구매하는 사람이 직접 토지 전체를 둘러보거나 묘지 유무를 알아보지 않는 한 이를 파악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장례문화 전문가는 ”분묘기지권으로 인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 사망신고와 매장신고를 일원화하는 등 제도개선을 시급하다“며 “묘지설치 신고와 사망신고를 연계하는 방안이 분묘기지권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A변호사는 "관습법상 물권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관습이 존재하고, 그 관습을 법률로 인정하려는 국민의 법적 확신이 있어야 한다"며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은 토지소유자의 재산권 행사에 중대한 침해를 야기하는데다, 분묘설치가능토지의 한계와 장례문화의 변경 이라는 사회적 배경을 고려할 때 이를 관습법으로 인정하고 있는 현재의 대법원 판례는 새로이 검토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