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명품 김 가공공장’ 건립사업의 백지화 사태를 놓고 시의 수산행정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시는 수년 전부터 수산물의 안정성 확보와 우량제품의 공급을 위한 가공기반시설 확충 등을 이유로 군산명품 김 가공공장 건립사업을 추진해왔지만 군산수협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사업 자체가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
 
시는 2018년부터 내년까지 3년간 비응도동 소재 4273㎡의 부지에 70억원의 예산을 들여 군산명품 김 가공공장을 건립기로 했다. 여기에는 소요되는 예산은 지특(지역발전 특별회계) 예산 30%, 시비 30%, 자부담 40%로 각각 분담할 계획이었다. 

 그동안 시는 김 가공공장 건립사업에 수년째 박차를 가해왔다. 시는 2017년 2월 군산수협과 함께 2018년 해양수산사업 신청서를 접수한 이래 전북도 사업예산 내시(2017년 11월), 수산물 산지 가공 시설사업자 선정(2018년 1월), 보조금 교부신청(2018년 2월) 등을 마쳤다.

또 지난 2월에는 사업대상 부지 변경 추진을 통해 해양수산부의 승인 완료까지 끝내는 등 활발하게 사업추진을 해왔다.

 # 군산수협의 백지화 결정
 하지만 군산수협이 지난 3월 13일 전국동시 농수축협조합장 선거로 수장이 새로 바뀌면서 사업추진에 상당한 변화가 예고됐다.

 군산수협은 최근 해당 부지를 기존 시가보다 훨씬 높은 값으로 구입했다는 언론 보도와 함께 내부의 반대 여론이 고조되자 사업 전면 재검토키로 했다. 즉 이사회는 이달 초 생산 품목 변경의 건을 의결했다.

 수협이 이 같은 결정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전임 조합장이 해당 부지를 임기 종료를 앞두고 지나치게 고가로 매입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김 가공공장을 건립하려면 민물과 해수의 공급이 원활한 지역을 확보해야 하는데 해당 부지는 공장설립과 향후 운영에 따른 문제점이 우려된다는 점을 꼽았다.

 이에 군산수협은 최근 막대한 건립비용과 함께 운영상 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여론과 자체 분석에 따라 사실상 백지화 결정을 내린 것이다.

 # 군산시는 들러리인가… 공동주체 책임 의식 부재
 문제의 심각성은 군산수협도 수협이지만 군산시도 시비 30%를 부담하는 사실상의 사업 추진의 공동주체라는 점에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시는 전국 최고 수준의 생산량과 품질을 자랑하면서도 지역 내 가공시설이 전무, 부가가치효과를 다른 지역에 그대로 넘기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 사업을 추진 근거와 논리로 활용해왔다.

 특히 시는 군산수협에서 사실상 백지화를 통해 2019년 수산물 산지 가공 시설사업의 생산품목 변경의 건(마른김 대신 조미김 생산공장으로 바꾼다는 내용)을 의결할 때까지 공동주체로서 입장보다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해왔다는 안팎의 지적을 받고 있다. 

 시가 군산수협의 백지화 결정할 때까지 시의 입장을 내부적으로 모으지 못한 채 시의회 임시회의 업무 보고 자료로 제출하는 등 오락가락 행정을 되풀이해왔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전문가들은 수협 등 공공기관이 김 가공공장 건립 등에 나서지 않은 이유는 안정적인 가격을 보장할 경우 구매과정에서 판매 등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원칙을 스스로 지키기 어려워 엄청난 손실을 낳을 수 있는 구조적인 한계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 가공 등에 대해 정통한 한 어업인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군산 김 산업발전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 김 가공공장 건립 여부였다”면서 “수협이 김의 가격안정 문제와 함께 구입 노하우가 없을 땐 엄청난 재정난을 자초할 수 있어 부정적”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시 안팎에서는 “김 가공공장 건립 문제는 시 자체 사업 분석과 시의회 의결 등 핵심적인 절차를 마쳤는데도 공동주체의 한 축인 군산수협의 결정만으로 사업이 좌우되는 상황은 합당하지 않다”고 들고 시의 입장 정리와 책임 행정 구현을 주문했다.

시는 마치 군산수협의 재가(裁可)를 받는 단체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시민들은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