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우리 집 밥상은 이모님이 보내주신 찹쌀로 지은 쌀밥에 학만 씨 집에서 무료봉사에 고맙다고 준 복숭아 4개 그리고 아내와 밤길을 걸으면서 마을 앞 냇가에 심어진 호박잎을 따다 밥솥에 넣고 쩌. 봄에 스티로폼 박스에 심었던 고추 모가 자라서 열고 있는 매운 풋고추에 된장을 양파를 넣고 다져서 만든 멸치 된장과 푸성귀뿐이다
조미료가 안 들어간 밥상은 내가 성인병인 고혈압과 당뇨병이 우려가 된다고 아내가 한사코 조미료를 쓰지 않겠다고 주장한 밥상이다, 밥상 전체는 파김치. 쌈장. 고구마 순 김치. 호박잎이다, 나는 아내에게 이 정도면 임금님도 부러워할 식단이고 음식 맛이 최고라고 말했다
오랜 공직 생활를 하다가 퇴직하면서 쉬지 않고 뛰어다니는 나를 보면서 이제 좀 집에서 나랑 함께 조용히 살자면서 가끔은 나에게 행복한 투정을 하지만 그래도 아침이 되면 집을 나서는 내 모습이 좋은가보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장모님과 군산 처형께서 만들어주신 한산모시를 손질해서 시원하게 입도록 준비해놓고. 비가 오는날 깨끗한 모시옷을 입고 나가지 말라고 당부해 올해처럼 비가 연일 오는 날 한번 도 밖으로 하얀 모시옷을 입고 나가지 못했다.
집 지붕에 올봄에 참새들이 새집을 짖기에 새집 구멍에다 해망동에서 버려진 그물망을 가져다가 새가 드나드는 구멍을 막았더니 야속했던지 몇 날을 집 주변을 돌고 돌면서 날아다니던 새가 다른 곳에 집을 지었다.
아내는 아침에 울어주는 새소리는 좋은데 아무데나 새똥을 싸서 귀찮다고 하는데 나는 슬며시 새들이 집을 짖도록 그냥 주었더니 새벽이 되면 이 녀석들이 제법 지저귀고 가끔 울어주고 있어 새들과 풀벌레들 합창 소리에 잠을 깬 다
여름이 되면 도시의 시가지는 가끔 연막소독을 해서 모기가 얼씬도 못하지만 시골은 그런 해택을 받을 수 없고 조금만 밖에 나가면 모기들이 달려들어 사람을 떼매 갈려는지 윙윙 거린다 .뒷산에서 울어주는 새들 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들으면 행복한 마음이 드는 이유는 무얼까 .
인간은 언젠가 자연으로 돌아갈 육신을 갖고 산다, 요즈음 미국 발 금융위기로 증권이 폭락해서 단잠을 이루지 못하는 많은 투자자를 생각해보면 가난한 선비는 마음이 편하고 다행이다, 좋은 차를 안타도 좋고. 기름진 음식과 호화판 생활을 하지 않는 삶이 더 행복하다
시골에서는 대문을 걸어 잠가 가면서 살지 않아도 도둑을 맞지 않는다. 물론 가져 갈 것도 없고 줄 것도 없이 살고 있는 세간 살이다, 화단에 있는 목련꽃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청개구리를 손자들이 가끔 잡곤 하는데
어떤 날은 날아온 매미도 더러 있다. 뒷산 밤나무 숲 사이에서 연방 울어대는 새들과 멧비둘기 울음소리가 마음을 평안하게 여름을 달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구색을 갖춘 까치와 참새들과 이름 모를 각종 풀벌레 소리의 향연이 있으니 비가 갠 아침 한나절 금강에서 산을 끼고 살아가는 나에게 행복을 주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해마다 탐스럽게 핀 17년 동안 나와 함께 지낸 우리 집 소엽풍란이, 올해는 날씨가 무덥고 비가 많이 내려서 그런지 소식이 없다,
해마다 잘 피고 나를 즐겁게 해주던 꽃이 피지 않아서 서운하다. 작년에 잘 피고 아름다움과 향내를 선사해주던 향긋한 꽃향기가 그립다,
해마다 여름철에 머리에 삼베 수건으로 동여 메고 콩 밭을 매던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이 메 미 소리를 듣고 이글을 쓰는데 그리워지고 .온 가족이 수건 하나로 아침 세수를 하고 사용하면서 쉰내가 나던 그 시절과 그때 쓰던 삼베 수건이 그리워지는 아침이다...
2011-08-13 08:23:27에 등록된 글입니다.[From : 59.1.150.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