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롱패딩 열풍이 국내 패션업계에 대한 가격거품 논란으로 번졌다. 이번 사태는 업계를 불편하게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소비자는 모처럼 가성비에 즐거워하고 있다.
평창 롱패딩이 거위털 충전재를 사용한 구스 다운임에도 통상 시장가격의 절반에 판매되자 그간 패션업체들이 폭리를 취해온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돼서다.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홈페이지에 ‘평창 롱패딩’ 추가 생산을 요구하는 민원 게시물이 올라왔다. 지난 17일과 18일, 양일간 총 4개의 관련 게시물이 올라왔다.
평창 롱패딩은 거위털을 충전재로 사용한 구스 제품이면서도 14만9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돼 구매 열풍이 불었다. 지난 22일 롯데백화점 잠실점에는 이날 재판매가 시작된 평창 롱패딩을 구매하기 위해 노숙을 자처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긴 줄까지 섰을 정도였으니 열풍이란 말이 제격일 것이다.
이러한 열풍이 패션업계에겐 역풍이 됐다는 소식이다. 가격 차이로 인한 거품 논란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프리미엄 롱패딩 제품은 30~40만원 대에 판매되고 있다. 평창 롱패딩보다 2배 이상 비싸게 가격이 형성돼 있다.
소비자들은 이익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한 것 아니냐고 불만과 함께 속앓이를 했지만 업계는 고급과 재질 등을 이유로 외면했던 것도 사실이다.
패션업계는 제품에 사용된 거위털의 재질, 충전량, 공법 등의 차이를 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거위털은 원산지에 따라 품질 차이가 발생하는 것도 사실일 수 있다.
패딩에 사용된 공법도 가격 차이를 불러온다고 업계에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티셔츠와 달리 패딩 제조에는 마감 기법 등에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용 공장이 따로 있다”며 애써 다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고어텍스 등 보온과 통기성 소재의 사용 여부에 따라 엄청난 가격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울러 평창 롱패딩이 롯데백화점 기획상품이라는 사실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평창 롱패딩처럼 백화점 자체 기획상품일 경우 판매수수료가 적용되지 않는 만큼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연 그 이유 때문인가.
그동안 우리 소비자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비싼 옷값에도 겨울나기를 해야 했지만 업계는 그런 노력이라도 했다면 이번 사태는 아예 없었을지 모른다.
외국산 제품을 한국인들만 비싸게 구입하고 있다는 보도만도 수두룩했고 국내업계도 비싼 가격을 좋아하는 일부 소비자들의 심리를 악용했던 것도 사실이지 않는가.
이번을 계기로 부디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더 많이 나오기를 바라는 것이 우리만의 욕심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