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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돼지 해를 이끄는 회현한돈 영농조합법인 대표 김운중 회장
“양돈은 운이 아닌 장인정신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 10마리로 시작, 연간 1만2000두 출하 양돈사업가로 성장
- 40여년 양돈사업 끝에 군산 최고 양돈농장 우뚝… ‘웰빙 돈 생산이 성공의 비결’
- 남몰래 장학사업에서부터 지역 불우이웃돕기 등 사회 환원 앞장
“양돈도 이제 장인정신으로 철저하게 무장해야 합니다. 쉼 없이 농장 일에 매달리고 ‘웰빙 돈(豚)’ 을 만들지 못할 경우 순식간에 사업에 도태될 수 있어요”
군산시 회현면 월하산마을에서 양돈농장인 ‘회현한돈 영농조합법인’을 운영하는 김운중(71) 회장은 요즘 ‘웰빙 돈(豚)’ 육성사업에 푹 빠져 매서운 추위를 잊은 채 돼지들을 자식처럼 지켜보고 있다.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농장의 돼지들을 일일이 돌보면서 건강상태와 발육 등을 철저하게 점검하는 일이 40여 년 째 김 회장의 하루 일과다.
김 회장의 회현한돈 영농조합법인에서는 1만두를 키우고 매년 1만2000여두를 출하하는 군산 최고 양돈농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양돈 일을 시작한 것은 우연한 기회에 비롯됐다.
군대를 마치고 돌아온 김 회장은 1975년 11월 논농사 8400평을 경작했지만 이자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낭패를 맛봤다.
이 때 김 회장은 사업가적인 본능, 즉 ‘경영인 DNA’가 꿈틀거린 것이다. ‘이대로 가면 겨우 먹고 살 뿐 미래가 없다’는 생각에 농사짓는 일에 대한 고민을 거듭한 끝에 대전환을 결행했고 그렇게 결정한 사업이 ‘양돈’이었다.
이러 저러해서 모은 돈으로 돼지 10마리를 구입한 뒤 그럭저럭 돼지 키우는 재미에 빠져드는 때 그에게 뜻하지 않은 위기가 찾아왔다. 사업 시작한 지 불과 4년 만이었다.
제법 돼지 식구들이 늘어났지만 사료값 인상과 돼지 값 폭락 등으로 6000만원의 빚더미에 올라선 것이다. 이 빚은 그 당시 돈 가치로는 자신의 농지 대부분과 맞먹을 정도로 큰돈이었단다.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런 경제사정 때문에 부인에게 모돈(母豚) 30마리를 맡겨놓고 사업을 포기할 생각에 탄광사업을 하는 큰형이 있는 강원도로 무작정 갔다. 그곳에서 돈을 벌기에 나섰지만 탄광일은 그리 녹록치 않아 한 달여 만에 귀향했다.
고향으로 다시 온 김 회장은 마음을 다잡고 사료회사 대표 등에 통사정을 하면서 다시 양돈 일에 전념했고 바깥 구경도 삼간 채 오직 사업에 매진, 4년 만에 빚을 전부 갚을 정도로 사업을 궤도에 올려놓았다.
이런 열정이 통했는지 1983년 농어민후계자로 선정되면서 사업은 차츰 안정기에 올라섰고 어느덧 1500두를 키우는 제법 큰 양돈업자로 성장했다.
대부분의 농업이 그렇듯이 양돈사업의 불확실성은 여전했지만 사업의 노하우를 극대화해서 2000년대 초반 어엿한 사업가 반열에 올랐고 이 시기에 그는 양돈협회 도지회장과 군산시부장 등을 이끌면서 사업가적인 안목을 넓혔다.
양돈사업을 하면서 ‘매번 살아남기 위한 비결은 뭘까’를 자문하고 고민했다..
세계적 또는 전국적인 흐름은 결국 질병에 강하고 건강한 돼지를 생산할 수 있느냐로 귀결됐다. 항생제 없이 키우는 ‘웰빙 돈’ 육성사업이 그 해답이었다.
이렇게 해서 함초와 와송 등 약초들을 돼지들에게 먹여 ‘무항생제’ 돼지고기를 위한 대장정에 들어갔지만 결과는 기대 밖이었다.
성공은 필요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우연하게 일본에서 어성초를 먹인 돼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어성초’에 대한 각종 자료를 찾아 3년 전부터 벤치마킹을 시작했고 반응은 상당했다.
발육상태 뿐 아니라 육질이 좋은데다 돼지 특유의 잡내까지 제거되는 결과가 나왔다. 게다가 돼지고기 맛이 고소하다는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게 됐다.
이로써 고급육 시장을 노크하고 싶었지만 이에 대한 국내 연구결과물들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고가로 시장에 내놓은데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회장은 “학계에 의뢰해서 어성초 효능에 대한 내용들을 찾으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아 소비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기까지는 시일이 다소 걸릴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는 있지만 수도권 등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회현한돈의 어성초 먹인 돼지고기가 탄생했단다. 질병에 강한 무항생제 돼지고기의 출현한 것이다.
여기에다 원가절감을 위한 노력과 함께 깨끗한 농장 관리가 이뤄지면서 설사병은 물론 각종 전염병 없는 농장이란 별칭까지 얻게 됐다.
이른바 농장시설의 현대화와 전문적인 관리로 고부가가치 영농조합법인으로 입지를 확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한 돼지고기는 소룡동에 건립한 회현한돈 육가공센터에서 하루 20~ 30마리씩 판매되고 있다.
향후 소비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육가공 물량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이 같은 시설관리로 회현한돈 영농조합법인은 그동안 깨끗한 농장 인증을 비롯한 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햅셉: HACCP) 인증, 무항생제 인증 등 친환경 인증까지 받아 다른 농장들의 단골 벤치마킹지로 거듭나고 있다.
김 회장은 처음부터 일관되게 고집스럽게 지켜왔던 철칙은 시민(소비자)들에게 최고의 고기를 생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왔다.
앞으로도 수년 내 고급호텔과 같은 초현대식 축사를 만들어 최고의 품질로 승부함은 물론 동물복지에도 여생을 바치겠다고 거듭 다짐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회현한돈 영농조합법인은 악취의 진앙지가 아닌 친환경 농장으로 입지를 구축했을 뿐 아니라 지역사회 환원 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역 초등학교 졸업생 장학금 전달을 비롯한 독거노인 기름보일러 연료 제공, 회현면민의 날 행사 때 돼지고기 지원, 청암산 등산객들을 위한 바비큐 행사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전개해오고 있다.
김 회장의 성공에는 40여 년 동안 묵묵히 곁을 지켜온 부인 유선옥 여사의 내조 덕분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농장관리에 앞장서왔을 뿐 아니라 과거 좌절에 빠졌던 김 회장을 위로하고 격려해온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최근에는 결혼한 자녀들(2남1녀)까지 양돈사업의 한축을 도맡고 있어 든든한 양돈 가업의 승계로 이어지고 있다.
김운중 회현한돈 영농조합법인 대표이자 회장은 “수십 년 간 우리 회사를 응원하고 도와준 고향 마을 주민 등 지역사회에 감사드린다”면서 “항상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최고의 회현한돈을 생산하는 영농조합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 회장은 600년 만에 온 기해년의 황금돼지 해를 맞아 야심찬 양돈 사업의 청사진을 더욱 크게 그리는 한해가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정영욱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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