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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신귀선(브런치 작가)
캡슐 커피와 만남 & 헤어짐
“우리도 캡슐 커피 머신 사자…. 응?”
드디어 남편 설득에 성공하고 집에 캡슐 커피 머신을 들였다. 내 마음에 쏙 드는 하얗고 크기도 아담한 너무 비싸지도 않은 가성비 좋은 커피 머신이었다.
“거봐, 있으니깐 좋지? 카페 갈 필요도 없잖아~”
“그러게? 이미 카페에 와있네?”
한동안 우리는 커피 머신에 푹 빠져 집에서 연유 라떼, 바닐라 라떼, 달고나 라떼까지 종류별로 커피를 만들어 마셨다. 출근하는 남편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육아에 찌든 나에게는 달달한 바닐라 라떼 한잔을 집에서 뚝딱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커피 머신 하나로 우리의 삶의 질이 높아졌다. 집에 맛있는 커피가 있으니 카페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절로 없어졌다. 덕분에 커피 값도 많이 아꼈다. 매일 아침 맛있는 커피 덕분에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오늘은 우리 집에서 커피 마시자~”
그런데 하루에 홈 카페를 몇 번씩 열었는지 모른다.
잠시 커피에 눈이 멀어 매일 몇 개씩 나오던, 한 달이면 수십 개씩 쌓이는 조그마한 커피 캡슐 플라스틱 쓰레기를 잊고 있었다.
정확한 분리배출 방법도 모르면서 커피를 즐길 줄만 안 것이다.
어느 날, 아래에 사는 언니 집에 놀러 갔다가 캡슐 커피의 플라스틱을 분리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캡슐 비닐을 뜯은 후, 커피 가루를 빼내고 캡슐 통을 깨끗하게 씻어서 내용물과 통을 따로 분리수거를 하고 있었다.
아뿔싸…, 커피를 마시고 무심코 캡슐을 일반쓰레기통에 버리던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매번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올바른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고 외치던 내가 캡슐 커피는 막 버리고 있던 것이다.
커피 캡슐 분리수거하는 방법을 제대로 찾아보았고, 매번하기는 귀찮아 열 개씩 모이면 분리수거를 했다. 안 하다가 하려니 그것 또한 너무 귀찮은 일이었다. 분리수거가 귀찮아 캡슐 커피를 점점 멀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연히 캡슐 커피에 관한 한 언론의 기사는 나와 캡슐 커피를 완전히 갈라놓았다.
미국의 ‘커피 캡슐 논쟁’에 대한 기사로 커피 캡슐이 환경과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 관한 내용이었다.
요약하자면, 커피 캡슐은 분리배출을 잘하더라도 재활용이 되지 않으며, 캡슐 또한 뜨거운 고온 압력으로 커피를 추출하기 때문에 환경호르몬이 나와 인체에 축적될 수 있다. 또한 커피 캡슐에 들어가는 커피는 저렴한 커피일 수 있고, 그 커피의 맛과 불쾌한 향을 없애려고 일부는 커피를 강하게 볶거나 태운다고 한다. 태운 쓴맛 커피에 신맛과 단맛의 커피를 섞으면 먹을 만한 커피가 되며, 첨가물이 들어가기도 한다. 일부의 저질 재료를 감추려는 다양한 상술을 소비자들은 알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정말 충격적인 기사였고 그동안 맛있게 먹은 캡슐 커피에 큰 배신감을 느꼈다.
그렇게 좋아하던, 짧은 순간이었지만 우리의 삶의 질을 높여 주었던 캡슐 커피를 포기하기로 했다.
나는 환경을 해치는 캡슐 쓰레기를 만들기 싫었고, 내 몸속과 가족들 몸속에 환경호르몬을 남기기 싫었다.
“우리 캡슐 커피 머신 없애자….”
다시 남편을 설득했다. 약 8개월 만에 캡슐 커피 머신은 우리 집을 떠났다.
커피를 끊을 수는 없었다. 캡슐 대신 우리는 지구환경을 고려한 지속 가능한 소비 방식을 선택했다.
이제 우리는 스테인리스 커피 필터로 커피를 내려 마신다. 질 좋은 커피콩을 사서 먹을 만큼 갈아서 스테인리스 필터에 내려 마신다.
캡슐 넣고 버튼만 누르면 저절로 커피가 내려지는 캡슐 커피 머신보다 모든 걸 수동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약간은 귀찮지만, 쓰레기도 덜 나오고 환경호르몬 걱정도 없는 믿을 수 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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