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6월 08일 (목요일)

제목 없음

 

 

 
이 름   관리자
제 목   신성귀 만경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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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칼럼 ; 신성귀(만경여고 교사)




졸업은 또다른 새로운 시작


고3 담임! 독이든 성배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고3은 학생만 괴로운 것이 아니라 담임을 맡은 교사도 괴롭다. 그래서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기에 묵묵히 임무를 수행해 왔다.

누군가가 해야 한다면 내가 해야지 하는 마음가짐으로 사회생활을 해왔고 희생한다는 마음이 아닌 보람이 더 크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그 누구와도 갈등이 없이 교직생활을 즐겁게 하고 있다. 

수많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졸업식이 있는 날이면 마음이 종일 우울한 건 그동안 정든 학생들과 이별을 하기 때문이다. 마치 딸을 시집보내는 마음이라던 선임 교사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금년에도 그랬다. 3년 동안 결석 한번 없고 수업시간에 조는 모습을 보인 적 없었던 우리 반 아이가 졸업식장에 오지 않았다.

졸업식이 끝나고 교실에 모여 졸업장을 수여하고 아쉬운 이별 뒤에 덩그마니 남아 있는 앨범 1권과 졸업장.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학생이 아닌데 궁금하여 전화를 했다.

“유진아 졸업식날도 수업 일 수에 포함되는 것 알지? 3년 동안 잘 나와 놓고 마지막 날에 참석하지 않니?” 말이 없었다.

 “유진아 무슨 일 있니?”
 “지금 가고 있어요”
 “어디를...?”   
 “학교로요”  
 “졸업식 끝났어” 
 “알아요. 지금 걸어가고 있어요.”
 “왜? 왜 걸어오고 있어”
 “차비가 없어서요”
 “집에 부모님 안계시니?”
 “아침에 모두 일 나가셨어요.”
 “어디쯤이니 내가 지금 태우러 갈테니”
 “어디인지 모르겠어요”
 “그래? 큰길로 걸어 오고 있거라 내가 바로 갈게”
 
마음이 다급해졌다. 오늘 따라 날씨도 추웠다.

마음 속으로는 바보 같은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졸업식에 참석하려고 걸어오고 있을 학생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얼마가지 않아 저 멀리에 교복을 입고 누군가가 걸어 오고 있다. 흔한 패딩도 입고 있지 않았고 손은 빨갛게 얼어 있었다.

 “점심은 먹었냐?”

왜 이렇게 어리석게 물어 보았는지 순간 부끄러웠다.

 “아니요”
 “너 짬뽕 좋아해? 짜장 좋아해?”
 “짜장면요”
 “졸업 날에는 짜장면이 최고지 난 짬뽕이 먹고 싶다.”
 

생활이 어려워 진학을 포기하고 지인이 소개한 회사에 다니기로 했다고 한다. 꿈을 잃지 말고 당당히 사회의 일원이 되길 당부했다.

졸업생 중에 기억에 남는 정아라는 아이가 있었다. 내가 가르치던 아이 중에 누구보다도 성실했고 모든 일에 적극적인 학생이었다.

교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집안이 너무 어려워 매번 수업료를 내지 못해 힘들어 했던 기억이 난다.

점심시간에 매점에 볼일이 있어 갔는데 뜨거운 물이 담긴 컵라면을 식탁 한 쪽에 두고 열심히 책을 보는 정아를 볼 수 있었다.

김밥 한 줄을 사서 컵라면 옆에 살짝 놓아주니 얼굴도 제대로 못 들고 벌떡 일어나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숫기는 없어도 결코 움츠리지 않는 그 아이의 당당했던 모습으로 기억된다. 

어느 날 지우개를 털고 있는 정아에게 몇 마디의 짧은 글과 함께 책 한권을 선물했다.

그런데 수업을 마치고 나와 보니 책상 위에 접혀진 편지 한통이 놓여 있었다.

 “책을 살돈이 필요해서 엄마가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다니시는 식당에 갔었습니다. 무슨 잘못을 했는지 손님에게 쩔쩔매며 혼나고 계시면서도 계속 사과를 하는 뒷모습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파 그냥 되돌아 왔습니다. 오늘은 엄마를 위해서 밤새워 공부할 것입니다. ”

편지를 다 읽고 큰 슬픔을 스스로 어루만지면서 되돌아섰을 정아의 아픔이 가슴에 와 닿는 듯했다.

엄마의 가엾은 뒷모습에 비쳐질 그 아이의 하얀 밤을 생각하면서 남은 수업시간 내내 나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졸업 후에 들려오는 소식은 교대를 졸업하여 초등학교 교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내일처럼 기뻤다.

그의 엄마는 마을 사람들에게 우리 집안에서 선생님이 나왔다고 자랑하시며 다녔다고 한다.]

나는 정아가 교사 꿈을 이룬 소식을 듣고 축하하며 문득 앙드레 말로의 말이 생각났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는 아름다운 말을....

 

2019-03-04 09:52:43에 등록된 글입니다.[From : 125.139.149.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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