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20일 (토요일)
시 한편에 휴식을늘 푸르른 곰보씨 이효순
지금은 폐허가 된 군산시 개정면 아동리 고향집
마당에 휴지조각처럼 널브러진 액자 하나
먼지가 수북이 쌓이고
거미줄에 얽히고설킨 어머니의 영정 사진
찔레꽃 울타리에 문패처럼 걸어놓는다
보조개처럼 얼굴이 움푹 팬 곰보 영철씨
비오면 그 얼굴로
빗물 받아 마시라며 놀러대던 친구들
아궁이에 불 지피다 황급히
부지깽이 들고 쫓아 나와
눈물 쏙 빼놓던 어머니
여러 겹의 계절이 지나 숨 쉬는 동안
언어가 기둥에 십자가처럼 박혀있다
어머니의 기도는 끝없이 이어져
붉고 단단한 뿌리들
족보처럼 일으켜 세우는 끈이었을까
담대하라는 어머니의 말씀, 주문처럼
영철씨 얼굴에 내리고
푸른 잎사귀들, 마구 돋아난다.
*詩作 Note: 예전에는 곰보의 얼굴을 가진 어린 친구들이 주위에 여럿 있었다. 천연두라는 병에 걸려서 낫게 되면 곰보라는 상처가 생겼다. 놀림을 받는 당사자 아이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우리는 누구나 병에 노출되어있다. 비가 내리면 푸른 잎사귀가 돋아나듯이 그러한 형편에도 상록수마냥 딛고 일어서는 마음이 풍요롭다. <詩人 최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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